대검찰청 우수사례 검사 출신 김정호 변호사입니다.
2026. 2. 26. 법왜곡죄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도입 이전부터 해당 조항의 위헌성을 비롯하여 도입 취지 등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회에서 법률이 통과된 이상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시행될 것이고, 그렇다면 다른 사정(예컨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등)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해당 조항은 유효하게 적용될 것이므로 그 당부는 별론으로 하고 법왜곡죄란 무엇인지, 그리고 검사와 변호사를 둘 다 경험해본 입장에서 앞으로 법왜곡죄가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1. 법왜곡죄란 무엇인가?
형법
제123조의2(법왜곡) 법관, 검사 또는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에 관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1.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여 당사자의 일방을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드는 경우
2.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된 증거를 그 정을 알면서 재판 또는 수사에 사용한 경우
3. 폭행, 협박, 위계, 그 밖의 방법으로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거나 증거 없이 범죄사실을 인정하거나 또는 논리나 경험칙에 현저히 반하여 사실을 인정한 경우
① 적용대상 : 법관, 검사 또는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
법관, 검사 외에 검찰 수사관, 경찰관, 특별사법경찰관 등 실제로 범죄수사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자가 이에 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② 처벌대상 행위
(i)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여 당사자 일방을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드는 경우
(ii)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한 경우
(iii) 위조 또는 변조된 증거를 그 정을 알면서 재판 또는 수사에 사용한 경우
(iv) 폭행, 협박, 위계 그 밖의 방법으로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한 경우
(v) 증거 없이 범죄사실을 인정하거나 또는 논리나 경험칙에 현저히 반하여 사실을 인정한 경우
③ 목적 :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
④ 처벌수위 :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2. 법왜곡죄,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검사, 변호사를 둘 다 입장에서, 법왜곡죄가 시행되면 형사사법 절차에 다음과 같은,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① 검찰 단계에서의 불기소 증가
법왜곡죄가 시행되면 검찰 단계에서 불기소 처분되는 사건이 지금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증거 없이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경우'도 법왜곡죄의 규율대상이기 때문인데요.
형사재판에서의 쟁점은 '유죄를 인정할 만큼의 증거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따라서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 그 이유는 '유죄를 입증할 만큼의 증거가 없다'는 것인데요.
법왜곡죄의 구성요건으로 제123조의2 본문에서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목적을 요구하고 있기는 하나,
수사, 기소, 재판은 본질적으로 피의자, 피고인의 기본권 제한을 수반할 수밖에 행위이고 우리 법원은 목적의 인식 정도에 관하여 '미필적 인식'도 족하다는 입장인 점에 비추어 보면 앞으로는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면 사건을 기소한 검사에 대한 수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해당 검사에 대한 수사가 실제 처벌까지 이루어질지 여부는 법원이 '증거 없이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경우'에서 '증거 없이' 의미를 법원이 어느 정도로 해석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실제 처벌 여부와는 무관하게 해당 검사는 수사대상자가 되는 것이므로 검사들이 이전보다는 기소를 망설이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수사를 하다보면 '해당 피의자가 분명 잘못한 것 같다는 심증이 들고 증거가 존재하기는 하나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될 만큼의 증거인지는 다소 애매한, 즉 유/무죄의 경계에 있는 사건'이 적지 않습니다.
이 경우 사안의 중대성, 현재 갖추어진 증거관계, 그리고 검사의 성향에 따라 기소/불기소가 결정되는데요.
실제로 위와 같은 사건을 기소하여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위와 같은 사건 기소에 보다 신중하게 될 것으로 보여, 그만큼 검찰 단계에서 불기소 처분되는 사건이 많아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더욱이 검사는 원칙적으로 사건을 독자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기소, 불기소 처분을 위해서는 상급자(부장검사, 차장검사 등)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데요.
만약 무죄판결을 이유로 수사검사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진다면 해당 사건 기소를 결재한 부장, 차장검사 역시 공범으로서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라 결재 과정에서 불기소 처분으로 결정되는 사건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② 수사절차 지연
지금도 수사절차의 지연이 심각한 수준입니다만, 법왜곡죄가 시행되면 수사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이 더 길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i) 검찰 내부 결재 시스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검사는 결재권자의 결재를 받아야 사건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법왜곡죄가 시행되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될 경우 주임검사와 해당 사건의 결재자들은 수사대상자가 될 위험성이 있으므로 사건 처리에 이전보다 더 신중을 기할 것이고, 그에 따라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ii)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현재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를 두고 국회와 정부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없애고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요구권만 남기자는 의견이 비교적 강력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만약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없어진다면 수사지연은 더 심각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위 (i)항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주임검사, 결재권자들은 사건 처리에 더 신중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더하여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없어지면 사소한 의문이 생길 때마다 사건을 경찰로 돌려보내야 하는데, 사건을 돌려받은 경찰 역시 사건 적체로 인해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은 상황이므로 사건 처리에 막대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③ 검사, 판사 고발 폭증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면 사건을 기소한 검사, 그리고 상급심에서 사건이 무죄 취지로 변경된 경우의 원심 판결을 한 판사에 대한 고발 사건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도 자기를 기소한 검사, 자기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사를 형법상 직권남용죄로 고발하는 경우가 매우 많은데요.
이 경우 사건에 실제 수사 없이 고발장 내용만 보고 각하 처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고발인들의 주장내용에 의하더라도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음이 명백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법왜곡죄는 구성요건에 '증거 없이 사실을 인정한 경우'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이 주임검사를 고발하면 해당 검사가 어느 정도의 증거를 가지고 사실을 인정했는지, 그것이 '증거 없이 인정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등을 수사해야 할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라 검사, 판사의 직무범죄에 관한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공수처의 업무도 마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3. 결론
법왜곡죄 입법취지의 타당성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해당 입법목적은 기존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도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 상황에서 법왜곡죄가 도입되었는데 그 내용의 모호성 등으로 인해 상당 기간 혼란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아가 제가 변호사로서 업무를 하며 느낀 점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증거관계에 비추어 볼 때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불송치 결정이 많다는 것인데요.
특히 그 현상은 법리가 복잡한 기업 관련 범죄, 재산 범죄 등에서 두드러집니다.
이러한 부당한 불송치 결정은 범죄의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안겨줌에도 불구하고, 불송치, 불기소에 관한 내용은 법왜곡죄의 규율 대상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여러모로 많은 걱정이 되지만, 일단 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국민의 권익 보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운영되기를 바랍니다.

김정호 변호사
· 前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
· 前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검사
· 前 대구지방검찰청 상주지청 검사
· 前 의정부지방검찰청 남양주지청 검사
· 現 법무법인 청목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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